꼰대의 작장생활 손자병법

꼰대의 직장생활 손자병법

허공을 걷는 길 2022. 6. 16. 13:00

철구설계 - 장학금 사건 그리고 3급으로 진급.

설계-Shop Dwg-을 할 때 사용되는 기구의 일종이 Drafter 이다

요즘은 IT 최강국이 되다 보니, 어지간한 설계는 Auto CAD로 다 설계하지만 우리 때는 T자 + 삼각자에서 Drafter로

발전했다.

Drafter을 사용할 때 오른 손잡이는 왼손으로 Drafter를 잡고, 오른손으로 선을 긋는다.

우리 과장님은 눈의 구조가 보통사람들과 달라서, Complex가 많은 편이다.

원체 실력이 좋다보니, 그런 신체 결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 과장으로 입사를 하신 것이다.

그리고 꿈이 커셨다.

우연히 듣게된 과장님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 였다.

대학시절, 어려운 과목 중 하나가 아마 역학이었던 것 같다. 그 과목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그 교수 방을 몰래 들어가서

교수가 공부하는 책 종류를 다 파악하고, 그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여 All A+을 받을 정도로 집념이 강하셨다 한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나와 비슷한 성향이 있는 분이셨다.

그러나, 표현방법이 좀 무식할 정도로 엄했다.

한번은 내 자리로 오시더니 왼쪽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반지를 보신 것이다.

"결혼했나요?"

"안했습니다."

"그럼 약혼 하셨나요?"

"안했습니다."

"그럼 그 반지는 무슨 의미이죠?" 하고 질문과 대답의 연속적인 대화중에서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하여야 할 지 잠깐 고민하였다.

사실 그 반지는 내가 전문대학 1학년때 학기장학금을 받았는데, 그 당시

아버지께서는 내가 장학금 받는다는 것을 믿지 않으셨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이름으로 된 목도장을 하나 임의로 만들어서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은 뒤, 아버지께서는 그때서야 믿는다. 그러다 보니 미안해서인지 그 장학금의 일부를 반지로 대신 기쁜 마음을 표현 해주신 것이었다.

그래서 잠깐 머뭇거리다가," 제가 다닌 학교는 돈이 많은 학교라, 제게 용돈을 주길래 그걸로 반지 하나했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금방 그 말을 알아채리시곤, "그래요? 앞으로 두고 보겠어요."하시는거다.

약간 걱정이 되었다. 무얼 두고 보겠다는건지?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 헷갈렸다.

그 두고 보겠다는 결과는 바로 나왔다.

그 당시 과장님의 꿈은 Owner의 기본도를 보고 단순 Shop Dwg.만 할게 아니라, 우리부서가 엔지니어링처럼 기본설계를 하는게 꿈이였기에, 모든 부서원을 구조설계를 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매일 구조 역학에 대한OJT(On The Job Training)교육을 실시하였는데,문제를 내어 놓고서는 항상 나만 지적하면서 풀어라 했다. 내가 풀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못 푸는게 많았다. 그럼 그 때마다 혼이 났다.

나도 학창시절에는 철골구조학 만큼은 All A를 받았던 나였기에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나 역시 어느 날 과장님의 책장을 몰래 훔쳐보며, 무슨 책으로 공부를 하고,어디서 문제를 내는지 도둑 확인을 했다.

그 다음 부터는 그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과장님의 사택과 내가 거주하는 기숙사와는 거리 먼 거리가 아닌 곳에서 지냈다.

한번은 내가 미친 척하고 밤 12시에 책을 들고 가서, 제일 나름 어려울 부분을 들고가서, 공부를 하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니 가르켜 달라고 했다. 그것도 밤 12시에...

사모님은 자다 '왠 봉창 두그리는 소린가' 싶었겠지만, 부하직원이 왔어니 싫은 표정도 못 짓고, 음료수를 내오시면서,

"아니 퇴근 후 피곤하실텐데 여태 공부하신건가요?"하신다.

그 때, 내 마음을 과장님은 알았차렸는지, "좀 더 공부해봐, 그럼 곧 이해가 될거야."그러시곤 가서 자라는 것이었다.

그 다음 OJT교육부터는 전과 같이 나에 대한 집중을 좀 풀어주셨다.

그 후 3급 진급시험이 있었는데, 난 과장님 덕분으로 먼저 3급으로 진급했다.

그 때 에피소드는 내가 시험치고 난 후 바로 바로 과장님께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각 과목마다 시험이 끝났다고 이야기 하면, 그때 마다 내 시험지의 오답을 고쳐, 거의 All 만점 가까이 만들어 주셔서 제일 먼저 진급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으로 나에게는 고마우신 분이셨다.

어려운 일을 시키는 상사는 나를 미워해서 시킨다는 생각은 버려라.

어려운 일을 시킬수록 감사하게 생각해라. 당신의 상사는 당신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기에, 어려운 일을 맡기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상사를 만나면 항상 고마워해야하고 Event가 있는 날이면, 제일 먼저

찾아가서 축하를 해주면 당신의 고가와 진급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의 능력을 안정 해주는 유일한 상사이므로, 항상 감사하게 받아 들여야 하고 잘 따라야 한다 : 직장생활 손자병법.

그런데 과장님의 꿈은 우리회사에서 이룰 수가 없었다. 우리 나라 법에는 기본설계는 엔지니어링 회사에서만 가능하였기에, 중공업에서 엔지니어링을 하겠다는 꿈은 결국 접을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