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깊어가는 가을에 1(나의 어리섞음을 누구에게 원망하리)

허공을 걷는 길 2010. 11. 10. 19:18

 

 

 

 

 

나의 어리섞음은 어디까지인가?

나의 속이 얼마나 좁아 터졌는가?

누구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싫어하기 전에 나를 돌아본다.

 

아무리 태생이 착하고 어질다 하더라도 자라면서 보고 배우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같이 살면서 부모 형제가 좁은 방에서 살을 맞대고 옥신각신하면서 끈끈한 정과

배려와 싸웠다가 화해할 줄 아는 지혜를 배우고 깨닫는 곳이 가정인 것 같다.

그래서 가정은 항상 따뜻하고 푸근해서 언제라도 돌아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가정을 떠나 멀리 나가있으면 잊어 버릴수가 없는 곳이 내가 어릴 때

자라던 그 따뜻한 가족과 함께 지내든 가정의 품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작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의무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배워

사회에 나가서 생활을 할 때 자기그릇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그릇을 키우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기다림을 알고,나를 죽여가는 것을 배우는 제일 작은 조직이

가정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참으로 가정이 중요하고 가정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참으로 어렵다.

우리의 삶이나 흰 종이는 다른 색에 쉽게 물드는 원리를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고등학교 반창회때 나름대로 모범생이 4년제 대학교를 못가고 2년제 전문대학을 다니던터라

참석여부에 갈등하다가 결국 가게 되었다.

역시나 짖궂은 친구가 나를 비웃었다.

그러나 내가 잘못한 것을 인정하기가 싫었기에 대낮부터 술에 만취가 되어 집에 가니 아버지께서 쉬고 계시다가

나를 부른다.

나는 아버지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조금 있어니 아버지께서 오셔서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뺨을 맞았다.

당시 나는 너무 서러워 울부짖었다.

"아버지 왜 저를 낳으셨나요?' 재수한번만 하게 해달라고 그렇게 부탁드렸건만....'"하고 펑펑 울었다.

아버지께서는 "대학을 가기 위해 지금 재수하면 인생을 재수하는 것과 같다. 인생을 그렇게 가치없이

 낭비할 시간이 어디 있다고 재수하느냐, 2년제라도 가라"하여 그에 대한 마음이 응어리가 되었기에.....

 

그러나 요즘 가정은 대부분이 그러하지 못하다.

나의 자식이 잘되기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자식들을 서울로 외국으로 유학을 보낸다.

기러기 아빠로,기러기 아들로,기러기 딸로 살아간다.

풍부한 물질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지금의 이 고통을 참아야 하느니라 하고 참고 살아들 간다.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흘러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들이 영원할 것 처럼 착각하면서 살아들 가고 있다.

가족의 따뜻한 정을 잃어버려 가면서 어리섞음을 깨닫지 못한채.................

 

나 부터가 내 자식만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즉 나의 욕심으로 내 자식만을 생각하는

집착으로 인해 나의 자식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제대로 소통이 안되는 것 같다.

오로지 물질의 풍족이 인생을 성공한 것 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내가 어렸을 때 힘들게 자랐으니 내 자식에게만큼은 그 어려움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어리석은 마음이

우리 자식들의 사고를 잘못 가지게 만든 것 같다.

 

어린 아이 시절부터 가르켜야 했었다.

용돈을 주더라도 그 나이에 맞는 행위에 대한 댓가로 주어야 했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요즘 부모들은 그러하질 못한 것 같다.

오로지 공부

지식 쌓는데에만 몰두하고 있다.

혹시라도 일류대학만 가면 이 세상을 다 쥔듯한 착각속에 대리만족을 하면서..........

 

부모가 나에게 너무나 혹독하게 가르켜 주었기에 내 자식만은 풍요롭게 키우고 싶었다.

그 결과는 인생의 황혼길에 들어서면 외롭다고 더 많은 탄식들을 한다.

그리고 원망과 미움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참으로 어리섞다.

 

산은 올라가는 길도 있지만 분명히 내려오는 길도 있다는 것을 내 입으로 항상 이야기 하였고

알고 있지만 너무 어리석어 항상 올라갈 줄만 알았다.

내려가는 시간이 빨리 온 것이 아니라 올라가는 삶에 집착하여 보지 못하였을 뿐이다.

알면서도 느끼지 못하고 세월만 탓하는 것 같다.

너무 세월이 빠르다고.......   

 

군대제대 후 직장에 다니면서 집을 떠나 혼자 객지에서 생활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 의사 소통이 당연히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직장생활하면서 올라 갈 산만이 보였기에 인생에 자신이 있다는 자만으로 인생의 대선배를 쉽게보고

내가 보는 세상만이 모두가 옳다고 여기는 어리섞음으로 가득찼던 시절,

그러나 그 시절도 정말 한 찰나일뿐이었다.

  

명절이나 어쩌다 집에 가면 부모님과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 입에서 욕이 붙어있었다.

그런데 그 욕 조차 생활의 일부가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무의식적으로 나오다 보니 아버지께서는 그러신다.

"너 아무리 직업이 노가다 하더라도 부모 앞에서 말 조심해라.부모 앞에서 쌍시옷자를 함부로 내밷는 것을 들어 줄 수가 없다."

라고 하신 말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자주 부부싸움을 하다보니 장모님께서 우리가 걱정이 되어 말씀하시는데

그때 대답은 "우리 일에 신경끊으세요"라고 했다.

장모님께서는 "사람이 신경을 끊어면 죽는건데........" 

 

요즘 세상은 젊은이들이 참으로 살아가기가 어렵다.

아버지 시절에는 강산이 10년에 한번씩 바뀌었는데 우리 시절에는 1년에 한번씩 바뀌더니

요즘 시절은 1초 마다 강산이 바뀐다.

그러니 정신 못차리고는 살아 갈 수가 없다.

인간미를 찾고 싶어도 치열한 삶의 경쟁속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인간성을 상실한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

현재 세상에서 젊은이들에게 인간성을 이야기 한다면 패배자로 살라는 말과 같이 된다는 의미가 되는가 보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도 그러하셨고 나 또한 이 세상이 돌아가는 시간은 멈추지 않고 똑같이 계속 돌아간다.

오늘도 내일도 똑같이 돌아가고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 때면 세월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때 뒤돌아 보면 늦다.

그러나 그 늦은 시간이라도 깨달으면 다행이다.

 

국문학자 이희승박사께서 말씀하셨다.

인간은 참으로 어리섞다고.....

앞에 사람이 뛰어가다가 천리만길 낭떠러지에 떨어지는데

뒤에 따라오는 사람 역시 자기는 떨어지지 않는 줄 알고 뛰어 가다가 또 떨어지는게 인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