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30여년

바보 1

허공을 걷는 길 2010. 4. 17. 12:07

전셋방에 옮겨 나름대로 알콩 달콩 살던 때 인 것 같다.

그런데 기억이 잘 안나는데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그 당시는 서로가 서로를 잘 몰랐기에 심하게 싸울 때는 툭 하면 이혼하자고

하던 시간이었다.

 

이 날도 마찬가지

내 성질에 내가 못 이겨

"그래 이혼하자"하고

내가 먼저 보따리 쌓가지고 먼저 부산에 와 버렸다.

어머니가 놀래서 왜 그러냐고 묻는다.

"우리 이혼하기로 했어요"

"며느리는 어디 있는데?'
"몰라 지네 집에갔겠지"

"그럼 너는 너네 각시가 부산 친정에 갔는지 어디 갔는지 모른다 말이가"

"내가 알게 뭐꼬 이혼 할낀데"

"빙신 자석,할 때 하더라도 어디 갔는 지 알아랴 될꺼 아이가"

좀 있다가 마산 집으로 전화를 하신다.

아마 그녀가 받은 모양이다.

"너거 이혼할꺼라면서'"

"어머니 그럴리가 있습니까? 그 양반이 자기성격에 못 이겨 보따리 쌓가지고

 가버렸습니다.나를 여기다 두고에..."

"..............그래 알았다"

전화를 놓으시더니 눈에 마침 띄는게 빗자루였다.

빗자루를 들고 오면서 "무스마가 우째 처신을 했길레 너거 마누라는 이혼 할 생각도 없다 카는데

빙신맹키로 무스마가 보따리 쌓갔고 오는 놈이 어디 있노  꼴뵈기 싫으니 빨리가라"하면서

도로 내쫓으신다.

"뭐라꼬에 아직 마산에 있다고에"

"그래 이 빙신 자석아 마누라도 하나 제대로 못해갔고 사회생활 우짤래"

마산으로 올라가니

그 녀는 방긋이 웃으면서

"바보"하면서 맞아 준다.

 

그 다음부터는 내 입에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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