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30여년

드디어 결혼하다.

허공을 걷는 길 2010. 4. 13. 11:34

 

80년대 초는 결혼사진은 있어도 요즘처럼 흔한 Video 촬영이 없었다.

그 당시 호텔에서 결혼식 할 경우 가끔 Video 촬영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 돈으로 말하자면 엄청난 비용이라 엄두도 못 내고

그렇다고 사진 가지고만 2%가 부족하였다.

 

그 당시 소형 녹음기를 가지고 있던터라 막내 동생에게 부탁했다.

결혼식장 주례선생님 탁자에 올려놓고 결혼식 하는 전 과정을 녹음하라고.............

 

신부화장 하는데 가보니 그녀는 신부화장을 하고 있다.

장모님께서 빙긋이 웃으신다.

내 속을 훔쳐보신듯 하다.

"신랑은 신랑대기실에서 기다려야지 신부대기실 앞에서 왔다 갔다하는 것 아닐쎄. 얼른 올라가게"

올라 가보니 아버지께서 방금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한다.

우리부서 동료,선배 모두 Bus 1대로 모두가 출발했다 한다.

속으로 너무나 기뻤다.

회사에서의 나의 역량이랄까 우리 각시될 사람에게 남자로서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에....

"과장님,감사합니다^^"

좀 있으니 우리과 선배,동료가 들어온다.

인사를 하고 있으니 최고 선배이자 기혼자가 잠깐 보자 하신다.

"너 오늘 저녁에 첫날 밤 무리하게 서두르지 마라.  잘못하면 신부가 한 동안 적응을 할 수 없으니 가벼운 애무만 하고

 2~3일 뒤 첫날밤을 제대로 치루어라."고 충고를 해준다.

아버지도 못해 준 이런 충고를 선배에게 들으니 참으로 감사하다.

 

아니 저 사람은....

나를 버리고 간 첫 사랑 그녀가 내 눈 앞으로 오고 있다.

"어이 새신랑 축하한다." 

그리고 그녀가 편지와 선물을 주면서 "잘 살아라."하면서 "좀 있다가  식 구경하고 갈께"

"응 고맙다,점심 먹고 가"

내가 당황해 했는지 눈치빠른 그 녀는 씨익 웃고 내 시야앞을 떠난다.

"너도 잘 살아라"

 

좀 있으니 어머니가 그 광경을 봤는지 더 당황해 하며

"저 아이가 준 선물이랑 편지랑 내 놓아라,지금 결혼하는 놈이 무슨 정신으로 그걸 받느냐?"

결혼 후 어머니에게 그 편지와 선물을 돌려 달라 했더니 다 버렸다 하신다.

요즘 세월에 결혼하는 신랑,신부는 이해 못하겠지만 그 당시만 하여도

사귀던 여자,남자친구들의 사진 조차 몽창 없애고 결혼하단 시절이다.

그 만큼 남자나 여자의 순결을 중요시 하던 때다.

그래서 벌써 나도 구세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회는 우리 각시에게 작업을 걸려다가  놓쳤다고 놀려대던 그 친구가 사회를 보았다.

조금 있으니 "신랑 입장"하는 소리에 얼른 나갔다.

그런데 주례석 앞에 서 있으니 다리가 왜 이리 떨리는지.......

 

나중에 회사로 복귀하니 회사 동료들이 놀려댄다.

처음가는 장가지만 왜 그렇게 떨었냐고.....

내가 아니라고 하니  떨고 있는게 보이더란다. 특히 다리가.......

 

"신부 입장'

너무 아름답다 그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다.

 

옆에서 그런다

"신부가 아깝다"

"무슨 소리 신랑이 더 아깝다"

그러니 식장 여기 저기서 웃는 소리가 들린다.

 

주례사를 말씀 하시는데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온다.

그런데 창피하게 콧물까지

자연스럽게 딱으면 될 것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누군가가 살짝.........

다리도 계속 떨리고...........

아! 빨리 좀 끝내주세요.....................

결혼식이 끝나고 폐백하고 신혼여행을 떠날려 하는데     

 

식전 충고 하시던 선배가 오셔서 "내 말 잊지 말아라"

하고 씨익 웃고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