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30여년

결혼 전야

허공을 걷는 길 2010. 3. 24. 14:52

 

 

내일 결혼식장에는 회사 업무가 너무 바빠서

우리부서에서는 주무급 형님 두 분만 회사를 대표로 해서 보내겠다 하여

회사에서 오는 사람들은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될 것 같았다.

 

우리 집에는 여자라고는 어머니 밖에 없어 여자들의 속옷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신혼 방을 어떻게 꾸며 놓았는지 궁금해서 올라 가 보니

어머니가 그 녀의 속 옷을 정리하고 계신다.

"야 예쁘다.이게 우리 색시 속옷이가?"

"사나 자석이 여자 속옷보고 침을 질질 흘리나"

어 엄마가 화를 낸다.

왜 화를 내지

머슴아들의 당연한 행동이 아닌가?

설마 내가 장가간다고 화 내는 건 아니겠지.

 

그 녀와의 결혼은 어머니는 반대,아버지는 절대적 지지, 나는 당연히 결혼을 하겠다 하였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아들이 장가 가면 어머니들은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았긴다는 생각으로 며느리와 사이가 안좋다는 이야기가

실제인가?

에이 아니겠지.

그런데 우리 엄마도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에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그 녀가 결혼식장에 나와 줄 것인가 하는게 걱정이었다.

나와 결혼하는 것을 그렇게 싫어 하였기에....

 

혹시 오늘 밤에 어디로 도망 가 버리지나 않을까?

내일 결혼 식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지?

지금이라도 그 녀의 집앞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지켜 서 있을까?

오늘 밤은 왜이리 시간이 늦게가지? 

 

아버지 말씀

"너 오늘 이발 해야지"

"내일 하죠."

하고 가만히 생각 해보니

당시 너무 철이 없었던 탓인지 내일 결혼식인데 지금 이발하면 너무 촌티나겠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드라이만하고 결혼식장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생각,저 생각,첫날 밤생각으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그 긴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결혼식 전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