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 미정
이젠 그 매섭던 동장군도 서서히 물러가며
봄 아씨의 심술궂은 샘바람이
나를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잠시나마
장난치려는 날씨이구나.
나는 항상 건강하고 식사 잘하고
여하튼 난 잘 지내고 있다.
보고싶고 깨물고 싶도록
그리운 우리 여보는 어떻게 지내는지
학교도 열심히 다닐테고
공부도 열심히 할테고
엄마노릇 아내노릇 한다고
많이 바쁘고 고생하고 있겠지
그러다 보면 짜증도 날 수 있을테고
응석(?)을 못부려서 어떡하지
귀여운 내 여보야^^
사랑하는 내 아내여
먼 객지에서 그리운 여보에 제일 큰 부탁이 있다.
이 부탁은 꼭 들어주어야 한다.
그게 뭔지 궁금하지
그게 뭔가하면 응--
세끼 밥 꼭꼭 챙겨먹고
돼지처럼 뚱뚱해져도 항상
이쁘하고 사랑해 줄테니
제발 세끼 밥만은 꼭 좀 먹어다오
이건 약속해야돼 알았지--
그리고 커피는 가능하면 먹지말고
몸에 좋은 것만 먹어라 자기야
알았지-- 약속
여기 여직원이 새로 또 들어왔다.
Miss 박이라고
나이는 24세
충신대 야간으로 다닌단다.
그런데 너무 팍 삮았어.
여기오는 손님들도 처녀같지 않다는 둥
말이 또 많구나.
난 아마도 서울에서는
여자 복이 없는 모양이다.
우리 "철"은 좀 어떤지 궁금하구나.
전에 왔을 때 좀 더 부드럽게 해 주지 못한게
마음에 걸리지만 아빠의 마음을 크면 알겠지
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구나.
잘못하다가는 부자 정이 너무 서먹서먹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미안하자만 자꾸 부탁해서 안됐지만
모자 지간 만이라도 푸근하게 해주기 바란다.
전번에 처가집에서 보내 준 쑥 찜질기 덕택에
많이 나아진 것 같아.
항상 미안한 마음만 앞서고 언제 제대로
못난 사위 탈을 벗으까 조급한 마음이 앞서구나.
좀 더 나은 생활이 하루 빨리 와서
맏사위,맏며느리 노릇을 하고,하게끔 해주게 하는게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이 들어.
좀더 아내를 편안하게 못해주는 남편을 그래도 믿고
살아가려는 그 정성이 다 어디로 가겠니
하늘이 아고 땅이 다 아는 사실이니
정말 자기는 나의 인생 최종 반려자라고 그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있으리--
난 "미정'과 "철"의 밑거름이 될테니
백합처럼 우아하고
장미처럼 향기로운
우리의 사랑의 꽃을 꼭 피울테다--
나는 한 조각의 돌뿌리였으나
나는 한 여인의 사랑에 의해
나는 한 조각의 예술품 조각
나는 어느 하루도 슬퍼하지 않겠네
나는 진정코 장미보다 백합보다
우아한 조각이 될테니
그리운 아내여 그럼 다음에 다시 소식 전할께
[1986년 서울 서초동 철골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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