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광사

끝없는 부처님의 사랑

허공을 걷는 길 2011. 11. 25. 22:59

사리불이여

어느 나라의 한 마을에 큰 장자가 있었는데 나이가 많아 늙었지만 한량없는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니

논밭과 가옥은 물론 부리는 사람(하인)도 많았느니라.

그런데 그의 집은 매우 크고 넓었으나 출입하는 대문은 오직 하나뿐이었으며

집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느니라.

그 집은 매우 낡아서 벽과 담장은 군데군데 무너지고 기둥뿌리는 썩었으며

대들보는 기울어져 위태롭게 생겼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불길이 일어나 차츰 집 전체로 번져가고 있었느니라

그 때 그 집안에는 장자의 귀여운 여러 아이들이 있었는데

장자즌 집 주위에서 큰불이 난 것을 보자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비록 이 불타는 집안에서 이미 나와서 안전한 곳에 있지만,

아이들은 이 불타는 집안에서 놀이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애는 불타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어떤 애는 알았건만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걱정하는 마음도 없고 집 빆으로 나오려는 생각조차 않는구나/'

 

사리불이여

거기서 장자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 아이들은 모두 옷 담는 상자나 책 담는 궤짝 따위에 담아 단숨에 들고 나올까?'

하였으나 다시 생각하기를,

'이 집에는 문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데다 더욱이 매우 좁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그 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데다,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서 일방적으로 담아 내오다가 혹시 떨어져서 불에 타지니 않을까?

그러므로 우선 어린이들에게 이 집이 불에 타고 있어 무섭다는 것을 알려주고

지금 빨리 뛰어나오지 아니하면 불에 타서 죽는다고 일러주어야지'

이렇게 생각한 장자는 그 여러 아이들에게

'빨리 나오너라'고 소리 쳤느니라.

아이들을 가엾게 여기는 아버지는 애가 타서 좋은 말로 타이르고 달래었지만

그 어린 자식들은 조금도 변함없이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믿지도 아니하고 놀라거나 두려워 하지도 아니하거니와

나오려고 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으며,또 불이 어떤 것이며

집이란 어떤 것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 조차 알지 못하고

다만 이쪽 저쪽으로 내달리며 놀면서 아버지를 힐끔 힐끔 바라보며

- 아버지가 무어라고 말하기는 말하는데-

거의 문제 삼지 아니하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아니 하였느니라.

그리하여 장자는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또하였느니라

'이 집은 이미 맹렬한 불길에 휩싸여 타고 있으니 저 자식들을 지금 구해 내지 아니하면

반드시 불에 타고 말 것이다.

그러하니 내 이제 교묘한 수단(방편)을 가지고 아이들로 하여금 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어야지 다른 방법이 없구나.'

그러고 아버지는 아이들이 제각기 좋아하는 것이 있으리라.

진귀한 것이라든가 재미있는 것이라든가 장난감 따위에는 반드시 마음이 끌리는 법임을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이 좋아하여 가지고 싶지만 좀체로 얻기 어려운 장난감이 여기 있다.

지금 얻지 못하면 뒤에 반드시 후회하리라.

양이  끄는 수레,사슴이 끄는 수레,소기 끄는 구레들이 지금 대문 밖에 있으니,가지고 놀도록 하여라

너희들은 불타는 이 집에서 빨리 나와서 너희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가지도록 하여라.

너희들이 달라는 대로 나누어 주겠다.'

그때 여러 자식들은 아버지가 말하는 진귀하고 좋아하는 장난감이 항상 마음속  어디인가에 바라고 있던 것과

꼭 들어 맞았으므로 '빨리 가야지'하고 서로 밀치며 앞을 다투어 그 불타는 집에서 뛰쳐 나왔느니라.

그때 장자는 모든 자식들이 불타는 집에서 뮤사히 나와 함께 네거리에 앉아 즐거우ㅏ하고 있는 것을 보자

다시 꺼리는 마음이 없어 흐뭇하여 기쁨을 어제하지 못하였느니라.

그러자 여러 자식들은 제각기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아버지께서 주신다던 양이 끄는 수레,사슴이 끄는 수레,소가 끄는 수레를 빨리 주십시오'

하고 졸라대는 것이었다.

사리불이여

그 때 장자는 여러 자식들에게 훌륭한 수레를 골고루 나누어 주었느니라.

그 수레는 크고 높았으며 여러가지 보배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었느니라

주위에는 난간을 두르고 사면에 풍경을 달았고 수레위에는 아름다운 비단으로 휘장을 쳤는데

모두 진귀한 보배로 꾸몄으며,또 보배로 된 줄을 얽어 수레의 처마끈에서 사방으로 드리웠고

많은 화려한 영락을 매달아 두었느니라.

수레의 바닥에는 부드러운 요를 겹겹으로 깔았고 붉고 아름다운 베개가 놓여 있어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타고 갈 수 있도록 하였으며 

수레에는 흰 소가 메웠는데 빛깔이 싱그럽고 깨끗하였으며 몸이 충실하고 큰 힘을 가지고 있어

걸음은 침착하고 반듯했고 바람처럼 빨랐는데 수레의 전후 좌우에는 많은 시종들이 호위하였느니라

그런데 왜 이장자가 모든 아이들에게 흰 소가 끄는 훌륭한 수레[大白牛車]를 주었을까?

그것은 이 장자의 재물은 무한하여 창고마다 大白牛車가 가득 차 있었으며 또 장자는 이런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느니라

 

'나의 재산은 한량없는데 보잘 것 없고 변변치 못한 작은 수레를 아이들에게 준다고 해서야

어디 말이나 될 법한 일이겠나.이 어린 것들은 모두 나의 자식들인데 어느 자식이 특별하게 더 귀엽다든가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 차별없이 골고루 이 칠보로 꾸민 많은 수레를 평등하게 나누어 주어도 남을 정도의 많은 수레를 가지고 있는 터에

내 귀여운 자식들에게 어찌 주지 않을 수 있으랴' 하는 것이었다.

 

이때 아이들은 이 훌륭한 큰 수레를 각각 타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기쁨을 가졌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아이들은 본래 원하던 것을 얻은 것이 아니었느니라.

 

  묘법연화경 비유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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