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우침의 길

길상사에서 설법한 법정 스님

허공을 걷는 길 2010. 5. 13. 08:42


 

“눈부신 신록 앞에서, 저 꽃이나 나무처럼 사람도 철 따라 맑고 투명한 꽃과 잎을 피울 수는 없을까요”
강원도 토굴에서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살고 있는 법정 스님이 신록의 계절을 맞아 18일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던진 물음이다.

 법정은 지난 2월 서울 성북동 길상사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회주 자리를
모두 내어놓았다.

수행에 좀더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두 달에 한번씩 하던 길상사에서의 법문도 1년에
두차례로 줄였다. 이날 길상사에서 한 법문은 모든 자리를 털고버리고 난 뒤 처음이었다.
 
“한 제자가 스승에게 청했습니다. ‘제가 평생을 두고 실천할 가르침을 한마디로 내려주십시오.’ 스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건 바로 용서이니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덕은 바로 용서입니다.”

사람이
사철 꽃을 피우고 옷을 갈아입는 나무를 닮는 비결은 거기에 있었다.
 
스님은 이야기를 하나 더 들려주었다. “

사막의 수도자들이 있었습니다. 한 수도자가 장로에게 물었습니다.
‘내 이웃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덮어두는 것을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장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가 이웃의 잘못을 덮어줄 때마다 하느님도 우리의 잘못을 덮어준다. 폭로할 때마다 우리의 잘못도
폭로하신다.’ 용서가 있는 곳에 신이 있습니다. 부처님이건 다른 신이건 관계가 없습니다.” 스님의 용서는
햇볕론과 상통했다.

“봄날 꽃과 잎사귀가 피어나는 것은 훈훈한 봄기운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꽃이 지고
잎이 지는 것은 찬 기운 때문입니다.
 
세상을 따듯한 눈과 마음으로 받아주십시요.

남을 꾸짖는 시선을 내게로 돌려 나의 허물을 직시해야 합니다.”
스님은 중국 전국시대 초 장왕의 고사를 들었다.

 장왕은 연회 도중 불이 꺼진 틈을 타 애첩의 입술을 훔친
신하의 허물을 밝히지도 벌하지도 않았다. 그 신하는 훗날 목숨을 바쳐 장왕을 위기에서 구했다
.

스님은
“요즘 대통령들 치고 이 정도의 그릇은 없다”면서 정의롭지 않게 이라크를 점령했다가 지금 그 과보를 받고
있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남의 허물을 감싸주고 너그럽게 포용하며 용서하십시요. 용서는 사람을 순식간에 정화시키고 사랑과
이해의 문을 활짝 열어줍니다.” ‘나의 말은 이것으로 그치겠다’
고 한 스님은 침묵하는 3천여 사부대중에게
한 마디 덧붙였다.
 
“나머지 말은 저기 눈부시게 빛나는 나무들에게 들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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