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30여년

그 녀와의 첫 만남

허공을 걷는 길 2010. 3. 19. 13:03

 

 

내가 대학 다닐때 나와 동갑인 이모가 미대다녔다.

한번은 술 한잔하자한다.

속으로 아무리 이모지만 나이가 동갑이기에 내 눈에는 한 여자로 보였지 이모로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낮에 술한잔 하자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니 벌써 혼자서 홀짝홀짝 마시고 있다.

"너는 여자가 되가지고 대낮부터 웬술..."

"이모보고 여자라니..."

어라 술 몇 잔들어가니 담배도 핀다.

하도 어이가 없어 "너 담배도 피냐? 여자가 별 짓 다하네"

(70년도 초에는 여자가 담배 핀단는 것은 상상도 못할 때다)

"조카야 너가 예술을 아니? 난 여자가 아니라 예술을 하는 예술인이야" 

이 사건은 젊은시절 나에게는 용납이 안되는 사건이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 중신을 한 분이 사촌이모였다.

그녀가 무엇을 전공하였느냐고 물으니 자세한 것은 만나서 물어보라면서

"아마 미대 나왔을걸"

"아 이 여자는 아무리 조건이 좋고 예뻐도 내 상대는 아니다.

 만나기 싫어요"하였더니 상대는 이모의 친구 딸이란다.

정말 괜찮은 아가씨이니까 꼭 만나보라는 거다.

 

어떻게 되었든 만나야 하는데 이런 감정상태로는 보나마나한 결과 일 것 같다.

 

만나기로 한 당일 비도 제법 온다.

어 30분이 지나도 안나온다

1시간이 좀 지나니 입구에서 가족이 다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만 느긋하게

오고 있지않은가?

난 발딱 일어나면서 "나 갈래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요."

그러니 아버지 어머니가 "그래도 지금이라도 나왔어니 만나보고 가자"하신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미대 출신이 어디가나?

"그 주제에 머리는 뽀글뽀글 뽁고 노랑 조끼에 노랑 바지에.....

 맞선볼 준비도 안되어 있고 예의도 없구만"

양가부모가 무어라 하든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빨리 집에나 갔으면....

 

그때 아버지께서

"이제 두사람 나가서 이야기라도 좀 하렴"

"여기서 좀 더 있다가 그냥 가죠 뭐"

아버지 얼굴에 화가 난 모습이 보인다

할 수 없어 그녀에게 "그럼 차라도 한 잔 할래요"

하니 그녀 역시 별 생각이 없는지 그녀 어머니 눈치를 본다.

아마도 중신하신 분 때문인지 가보라는 눈치를 주신다.

그 당시는 선 보고 두사람이 만나는 것은 호텔 커피숍에 가는게 예의였다.

그런데 나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있었다.

 

바깥으로 나가니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다.

"제 우산 써실레요?"

"제 우산 써겠습니다.

그래 너 잘났다.

그래 커피숖까지 갈 필요 없다 오늘 중으로 땡해버릴 것이니까..........

 

음악다방으로 데리고 갔다.

엄청 시끄럽다.

웨이터가 차 주문 받으러 왔다.

"무슨 차드실래요?"

그녀가 인상을 써면서 엄청 화난 모습으로 고개만 옆으로 흔든다.

"조금 있다가 시킬께요"

웨이터는 기분 나쁘다는듯 휙 가버린다.

 

그래서

"우리 대충 보니 서로가 안맞는 것 같으니 여기서 끝내죠"

엄청 화가 난 모양이다

빤히 쳐다본다.

그녀와 따로 따로 음악다방을 말없이 그냥 나왔다

입구에서 "잘 가세요"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뒷통수가 엄청 따갑다.

아마 그녀가 독기어린 눈총을 보내고 있나 보다.

돌아보니 그 자리에서 돌부처처럼 서 있다.

"내가 너무 했나?"

다시 그녀에게 가서

"그럼 커피숖으로 가실레요?"

고개를 끄떡인다.

우리는 다시 커피 숖에 갔다.

"미대 나오셨다면서요?"

"미대는 아니고 공예과 나왔어요"

"공예과는 예술 안하나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지 눈이 커지면서 껌뻑거린다.

"주량이 얼마나 되나요?,담배는 얼마나 피세요?"

그 녀는 내가 도대체 무슨 소리하는지 이해가 안가는지

"저는 그런 것 할줄 몰라요"

"어 이상하다. 미대 출신들은 예술한답시고 술,담배 다하던데..."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내 이모 이야기를 했다

그 이모는 남자보다 술도 잘먹고 담배도 하루에 한갑 핀다 하더라고....

그 때서야 무슨 소리인줄 감잡았는 지 피식 웃는다.

"미대 다닌다고 다 그렇지는 않아요.일부 그런사람들도 있지만......"

순간적으로 그녀의 웃는 입이 참 예쁘다고 생각이 든다.

만화에 나오는 예쁜 소녀들의 웃는 그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해서 나의 오해는 풀어졌다.

또 한가지 그녀의 매력은 헤어지면서 인사하는거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그 사람이 많이 왔다갔다하는 그 길 한복판에서 나와 대조적으로 90도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한다.

나는 고개만 까딱하였는데....

놀라서 두번 인사를 하였지만

 

그 녀의 첫만남은 썩 좋은것도 썩 나쁜것도 아니었다.

 

나의 선입관으로 그 당시 크 커피숖에 다시 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사랑스런 내 아내를 영원히 만나자 못할 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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